
「달의 흔적」 연작 · 한지에 채색
달빛 윤슬이 품은 섬의 풍경
품은 공간에서의 사유
그리고
느린 발걸음에 보이는
내 안의 나
화면의 절반이 달입니다. 그 아래 바다가 있고, 바다 끝에 아주 작은 섬 하나와 등대, 불 켜진 집 몇 채가 놓여 있습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누군가 오래 서 있다 간 자리처럼 느껴집니다.
김명화 작가의 개인전 「달의흔적 Part II」가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작가가 오래 걸어 온 작은 바닷가 방파제, 그곳에서 바라본 달과 바다를 한지 위에 옮긴 작업입니다.
작가에게 방파제는 생각의 공간입니다. 천천히 걸으며 느리게 생각하는 그만의 명상이자, 자유로워지는 자리라고 합니다. 홀로 떠 있는 섬을 품은 달의 흔적은 그 느린 걸음 속의 사유와 같은 마음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은 바닷가 방파제는 작품의 이야기를 품어주는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천천히 걸으며 느리게 생각하는 작가만의 명상이 되어주고 생각의 자유 공간이 되어줍니다. 홀로 떠 있는 섬을 품은 달의 흔적은 자연이 품어준 작가의 느린 걸음 속 사유와 같은 마음입니다.
바다와 달, 바람과 하늘, 자연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으려는 마음은 — 이미 자연은 우리를 더 많이 바라봐 주고 있었고 커다란 품으로 품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의 명상은 위로입니다.
달의 흔적 속에서의 명상 공간을 작가는 한지에 채색의 마른 붓질로 첩첩이 쌓아 올리는 색과 겹겹이 공간을 채워 나가는 겹 방식의 표현으로 마주합니다. 작가의 공간의 겹, 시간의 겹, 색의 겹은 보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자연의 명상이 되어 줄 것입니다.
멀리서는 달빛이고, 가까이서는 수천 번의 마른 붓질입니다.
바다처럼 보이는 부분에 눈을 가까이 대 보시면, 짧은 가로 획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둥근 덩어리가 아니라 흰 붓질이 수없이 겹쳐 쌓인 층입니다. 한지에 채색을 얹고 마른 붓으로 첩첩이 올리는 이 방식은, 한 번에 칠해서는 나올 수 없는 깊이를 만듭니다. 시간이 그대로 두께가 된 화면입니다.
달과 바다, 흩날리는 꽃과 작은 섬. 같은 자리를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화면들입니다.
작품 이미지 ©김명화
커다란 달 그림 곁에 손바닥만 한 소품들이 나란히 걸렸습니다. 큰 달을 보고 나서 작은 달들을 만나는 순서입니다.























전시 전경 23컷 · 인사아트센터 5F 경남갤러리
위로를 받으려고 바다에 갔는데, 이미 바다가 나를 보고 있었다 — 작가노트의 이 대목이 오래 남습니다. 그림 속 섬이 작고 외로워 보이지 않는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 달이 그 섬을 통째로 품고 있으니까요.
느린 걸음으로 한 바퀴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8월 17일까지, 인사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