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숙 작가 · 창원 성산아트홀 부스에서
꽃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소재입니다. 그런데 김정숙 작가의 화면 앞에 서면, 그 익숙함이 문득 낯설고 깊어집니다. 이번 부스대작전에서 작가는 꽃이라는 가장 가까운 소재로 삶의 깊이와 시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 자연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김정숙 작가는 장식적인 꽃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꽃들은 절제된 구도와 섬세하게 축적된 색의 층위를 통해 생명의 깊이와 존재의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익숙한 꽃 한 송이도 그의 손끝에서는 새로운 감동을 품은 하나의 풍경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번 부스대작전의 주제인 《축적된 시간, 이어진 시선》은 김정숙 작가의 작품 세계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창작의 시간은 꽃잎 하나를 표현하는 붓질 속에도 스며 있으며, 화면마다 담긴 섬세한 감성은 관람객에게 따뜻한 공감과 깊은 여운을 전합니다.
제1~4전시실 김정숙 작가 부스에 걸린 작품 전체입니다. 목련과 해바라기,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나비와 새.

목련 · 분홍 바탕 위의 흰 목련과 연둣빛 새 ©김정숙
화면을 가득 채운 목련은 단순히 피어난 꽃이 아니라 가장 찬란한 순간을 품고 있는 생명의 기록입니다. 겹겹이 포개진 꽃잎은 부드러운 빛을 머금은 듯 맑고 단아하며, 치밀하게 쌓인 화면의 밀도는 고요하면서도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 침묵 속에서 깊은 울림을 전하는 그의 목련은, 아름다움과 덧없음이 공존하는 삶의 본질을 조용히 성찰하게 합니다.

해바라기 · 주홍 바탕 위의 해바라기와 푸른 나비 ©김정숙

해바라기와 나비 · 초록 바탕 ©김정숙

해바라기와 나비 · 주홍 바탕 ©김정숙
가로로 길게 뻗은 두 화면은 서로 마주 보는 한 쌍입니다. 한쪽에서는 해바라기가 왼편에서 피어 나비가 오른편으로 날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방향이 뒤집힙니다. 꽃과 나비 사이의 넓은 여백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이 서로에게 건너가는 데 걸리는 시간처럼 보입니다.
부스대작전과 함께 열리는 소품전에서는 연꽃과 작약을 담은 작은 화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금빛·청록·물빛 바탕 위에 꽃 한 송이가 오롯이 놓입니다.





김정숙 作 · 소품전 출품작 ©김정숙
경남전업미술가협회는 창작을 삶의 중심에 두고 묵묵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전업 작가들이 함께하는 예술단체입니다. 올해로 제29회를 맞는 이번 전시는 경남 전업미술가 70여 인의 부스전과 함께 중·일 기획초대전 《공명하는 시간》, 창작상 수상작가 초대전, 소품전 《일상으로의 초대》가 나란히 마련되어 다양한 예술 세계를 선보입니다.
김정숙 작가의 작품은 특별한 소재를 찾기보다 가장 가까운 자연 속에서 생명의 본질을 발견합니다.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꽃을 통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그립니다.
여름의 한가운데,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오래 쌓아 올린 시간이 만들어 낸 화면과 만나 보세요. 익숙한 꽃 한 송이가 건네는 조용한 인사가 오래 남을 것입니다.
부스 앞에서, 그리고 전시 배너 앞에서 함께 남긴 기록입니다.

김정숙 작가 부스 앞에서 · 창원 성산아트홀 제1~4전시실

《축적된 시간, 이어진 시선》 전시 배너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