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래 「기억으로부터」 · 55×85cm · 캔버스 천 위에 여러 종류의 흙 · 2026 (엽서 앞면 작품)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이 그림들은 물감이 아니라 흙으로 그려졌습니다.
서양화가 김창래의 초대전 《기억으로부터》가 10월 10일부터 30일까지 강원 영월의 갤러리 쁘띠팔레 영월에서 열립니다. 1991년 백송화랑 개인전을 비롯해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강원·경남·울산·전남의 대학 강단에서 그림을 가르쳐 온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에 걸리는 14점은 모두 올해 그린 신작이고, 제목도 모두 같은 「기억으로부터」입니다. 재료 표기는 한 줄, "캔버스 천 위에 여러 종류의 흙." 붉은 황토, 짙은 갈색 흙, 잿빛 흙, 흰 흙이 붓과 손을 거쳐 캔버스 위에 앉았습니다.
제목이 하나뿐이라, 아래에서는 작품을 크기로 구분해 부릅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 순서로 작품과 짧은 설명을 엮었습니다.
붉은 황토, 짙은 고동, 잿빛, 연분홍. 물감을 섞어 만든 색이 아니라 흙이 원래 가진 색입니다.
흰 알갱이가 도톨도톨 솟은 자리, 매끈하게 펴 바른 자리. 화면마다 손에 닿을 듯한 결이 다릅니다.
흙의 면 위로 가늘게 그어진 흰 선과 검은 선. 넓은 면과 가는 선이 서로 부딪칩니다.
전시에서 가장 큰 65.1×100cm 두 점입니다. 가로로 긴 화면이라 자연스럽게 땅과 하늘의 풍경으로 읽힙니다.

옅은 바탕 위쪽으로 짙은 갈색 흙덩이들이 띠처럼 놓이고, 화면 가운데로는 누런 황토빛이 물처럼 번져 흐릅니다. 멀리서 바라본 산 능선과 그 아래 마른 강바닥 같기도 합니다.

같은 크기의 짝입니다. 화면 왼쪽을 붉은 갈색 흙덩이가 크게 차지하고, 그 위로 흰 선이 갈라진 틈처럼 지나갑니다.
오른쪽은 넓게 비워 두었습니다. 꽉 찬 왼쪽과 텅 빈 오른쪽 사이에서 화면이 한쪽으로 기우는 듯한 긴장이 생깁니다.
흙은 오랜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
재료를 고르는 순간, 이미 기억이 시작됩니다.
중간 크기 작품들입니다. 이 방에서는 한 발짝 다가서서 표면을 보시길 권합니다.


왼쪽은 짙은 갈색과 붉은 흙이 화면 아래쪽에 지층처럼 쌓였습니다. 그 경계를 따라 흰 알갱이가 눈처럼 내려앉았고, 검은 선이 그 위를 거칠게 지나갑니다.
오른쪽은 반대로 아래를 비웠습니다. 위쪽 갈색 띠 안에 흰 선들이 가지런히 가로로 그어지고, 넓은 여백 끝에는 회갈색 점들이 발자국처럼 줄지어 있습니다.

흰 알갱이의 오돌토돌한 결이 굽이치는 길처럼 화면을 가로지릅니다.
그 주변으로 붉은 흙과 갈색 흙이 조각조각 박혀 있어, 위에서 내려다본 땅의 지도 같기도 합니다.

전시 현수막 왼쪽을 장식한 작품입니다. 위쪽에서 검은 번짐이 날개처럼 퍼지고, 아래 붉은 흙 위에는 둥근 원 무늬들이 겹쳐 그려져 있습니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 검은색이 가장 힘 있게 쓰인 화면입니다.

전시에서 가장 작은 그림입니다. 붉은 황토가 세로로 흘러내린 자리에 가는 선이 겹겹이 그어져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Kim Changrae' 서명이 보입니다. 작은 화면에 이번 전시의 재료와 몸짓이 다 들어 있습니다.
같은 제목, 열네 번의 기억.
제목이 하나라서, 그림마다 다른 기억이 더 또렷해집니다.
60.6×60.6cm 정사각형 연작입니다. 연분홍 흙의 면을 검은 흔적과 흰 알갱이가 저마다 다르게 둘러쌉니다.

연분홍 흙 위로 검은 번짐이 소용돌이치고, 흰 선이 그 안을 엉키듯 지나갑니다. 네 점 가운데 가장 격렬한 화면.

화면 대부분을 고요한 연분홍 면이 덮었습니다. 왼쪽 검은 흙과 오른쪽 회색 띠가 그 면을 감쌉니다. 네 점 가운데 가장 조용한 그림.

검은 붓질이 둥근 호를 그리며 연분홍과 회색 면을 가로지릅니다. 전시 현수막 오른쪽에 실린 작품입니다.

연분홍 면 둘레를 검은 점들과 흰 알갱이가 액자처럼 둘러쌉니다.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시선이 모입니다.
72.7×90.9cm 작품과 엽서 앞면을 장식한 55×85cm 작품입니다.

위쪽에 짙은 갈색 띠를 두르고, 아래는 넓은 흰 땅으로 비워 두었습니다. 그 한가운데 갈색 흙 한 덩이가 섬처럼 떨어져 있습니다.
가는 흰 선이 물길처럼 그 둘레를 흐릅니다. 비어 있는 자리가 넓을수록 작은 흙덩이 하나가 크게 보입니다.

이번 전시의 얼굴입니다. 갈색, 회보라, 흰빛, 연분홍 흙이 세로로 넓게 내려 그어졌고, 흙을 끌어내린 자국과 흩뿌린 방울이 표면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 장의 화면에 이번 전시의 색이 거의 다 모여 있습니다.
무엇을 그렸는지보다
무엇으로 그렸는지를 먼저 보게 되는 그림.
그 흙이 품은 시간이, 작가가 말하는 기억일 것입니다.

1991년 백송화랑 개인전을 비롯해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과 MBC미술대전에서 특선과 입선을 했다.
강릉, 원주대, 강원대, 경상대, 울산대, 전남대에서 강의했고, 여러 미술대전의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지냈다.
1991 백송화랑 외 다수
대한민국미술대전 · MBC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강릉 · 원주대 · 강원대 · 경상대 · 울산대 · 전남대 강사 역임
강원미술대전 · 경기미술대전 · 경인미술대전 · 소사벌미술대전 · 신사임당미술대전 외 다수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역임
한국미술협회 하남지부 · 춘추회 · 창조회 회원
모두 「기억으로부터」 · 2026 · 캔버스 천 위에 여러 종류의 흙. 작가가 보내온 목록 순서입니다.
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영월읍, 동강시스타 가까이에 있습니다.
전시는 10월 10일 토요일에 문을 엽니다.
10월 30일까지 3주 동안 이어지니, 단풍 드는 영월 나들이 길에 들러 보세요.
전시가 열리면 현장 소식을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