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네 아트뉴스vol. 14
Exhibition · 전시 현장

비움은 자유다

정호경展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2026. 10. 7 (수) – 10. 12 (월) · 경남갤러리 · 인사아트센터 5F · 열두 번째 개인전
정호경 「無何有의 빈 배」 — 검은 먹빛 하늘과 주황빛 빛줄기 아래, 흰 눈밭 같은 강가에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다

정호경 「無何有의 빈 배」 · Acrylic on canvas · 85×55cm · 2026

전시 정보

전시명정호경展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작가정호경 (鄭昊燛, Jung Ho-Kyung)
Acrylic on canvas
기간2026. 10. 7 (수) – 10. 12 (월)
장소경남갤러리 · 인사아트센터 5F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규모열두 번째 개인전
2026년 신작 중심
평론이성석 · 미술평론, 남가람박물관장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비움으로 건너는 자유의 강」
문의02-735-7077 · 010-5260-8421

그림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요한 강물 위에 떠 있는 빈 배 한 척입니다. 누군가를 태우기 위해 거기 있는 배가 아닙니다.

진주에서 작업해 온 서양화가 정호경이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인사아트센터 5층 경남갤러리에서 열두 번째 개인전을 엽니다. 전시 제목은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장자가 꿈꾼 이상향 '무하유향(無何有鄕)'에서 빌려 온 이름입니다.

검푸른 먹빛의 밤, 눈 덮인 강가, 그리고 화면 위쪽에서 쏟아지는 오로라를 닮은 빛. 그 아래 언제나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전시 팜플렛에 실린 이성석 미술평론가의 평론과 작가노트를 작품 사이사이에 옮긴 것입니다.

정호경展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리플렛 표지 — 푸른 화면 위 주황빛 빛줄기와 흰 강가에 놓인 배
정호경展 리플렛 표지 · 경남갤러리

"자신을 비우는 순간
비로소 건널 수 있는
존재의 형식"

— 이성석, 전시 평론 중에서

팜플렛 평론 · 하나빈 배는 풍경을 구성하는 사물이 아니다

이번 전시 평론은 미술평론가이자 남가람박물관장인 이성석이 썼습니다. 제목은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비움으로 건너는 자유의 강」입니다.

Critique · 팜플렛 평론

비움으로 건너는 자유의 강

글 · 이성석 (미술평론, 남가람박물관장)

정호경의 그림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드는 것은 고요한 강물 위에 떠 있는 빈 배 한 척이다. 이 요소는 풍경을 구성하는 사물이 아니라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 상징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 혹은 특정되지 않은 감상자 누구에게나 감정이 이입되는 핵심적인 모티브로써, 자신을 비우는 순간 비로소 건널 수 있는 존재의 형식이다.

푸른 화면을 가로지르는 주황빛 빛줄기, 아래쪽 흰 강가에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다
「無何有의 빈 배」Acrylic on canvas · 91×91cm · 2026
팜플렛 평론 · 둘밤은 시간의 배경이 아니라 우주의 공간이다
Critique · 팜플렛 평론

그의 회화는 자연을 재현하는 풍경화가 아니다. 밤은 단순한 시간의 배경을 초월한 태초의 신비가 응축된 우주의 공간이며, 눈 덮인 강가는 계절의 풍경이라기보다 삶과 죽음, 소멸과 안식이 교차하는 경계이다. 검푸른 먹빛은 침묵을 통한 내면적인 사유를 요구한다.

이러한 침묵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삶의 고뇌가 녹아 있으며, 사유를 동반한 고요함은 결코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표현을 절제한 감정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겨울은 차갑지만 냉혹하지 않고, 적막하지만 공허하지 않다. 그 적막은 스스로를 비우는 수행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짙푸른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과 황금빛 띠, 그 아래 푸른 강물에 떠 있는 작은 배
어두운 하늘을 가로지르는 분홍·주황 빛줄기, 그 아래 푸른 강에 배 한 척

밤의 강 연작 · Acrylic on canvas · 2026

팜플렛 평론 · 셋오로라를 닮은 빛, 그리고 색동저고리

평론가가 정호경의 화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색채로 꼽은 대목입니다.

Critique · 팜플렛 평론

정호경의 화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색채는 오로라를 닮은 빛으로, 우주가 스스로 몸을 펼쳐 추는 생명의 춤이다.

색동저고리와도 흡사한 색채적 이미지는 자연과 인간, 전통과 우주의 감각을 하나의 심상으로 융합시키며, 그의 회화가 지닌 한국적 서정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로로 길게 펼쳐진 화면, 주황·분홍·보랏빛 오로라가 파란 강물 위로 쏟아지고 작은 배들이 흩어져 있다
「無何有의 빈 배」Acrylic on canvas · 2026
보랏빛과 주황빛 오로라가 번지는 밤하늘, 흰 눈밭 위에 놓인 작은 배
분홍빛 오로라와 하늘빛 수직 붓질, 흰 강가에 아주 작은 배 한 척

색동을 닮은 빛의 변주

팜플렛 평론 · 마지막현실의 풍경이 아니라, 깨달음의 풍경
Critique · 팜플렛 평론

이 작가가 구현코자 하는 무하유(無何有)의 예술세계는 허무의 공간이 아닌 사유와 자유, 소요(逍遙)의 세계이다. 그것은 삶에서 삶 너머로, 집착에서 자유로, 자아에서 무아(無我)로 향하는 정신의 이동이며, 욕망을 비운 존재만이 피안에 이를 수 있다는 동양철학의 명제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현실 풍경이 아니라 깨달음의 풍경이며, 자연을 빌려 인간 존재를 묻는 철학적 회화라고 할 수 있다.

정호경의 회화는 그 오래된 진실을 눈 덮인 강가의 적막 속에 띄워 보내고, 존재에 대한 하나의 깨달음으로 오래도록 우리 마음의 강 위에 머문다.

— 이 글이 정호경 작가의 그림을 규정하는 하나의 해석으로 머물지 않기를 바라며 —

글 · 이성석 (미술평론, 남가람박물관장)
정호경展 《무하유의 빈 배》 팜플렛 수록
잿빛 얼음벌판 위로 주황빛 빗줄기 같은 선들이 쏟아지고, 가운데 작은 배 한 척
화면 위쪽을 채운 붉은 오렌지빛 덩어리와 잿빛 강가, 그 아래 작은 배

눈 덮인 강가의 적막

작가노트무하유향(無何有鄕) — 장자가 꿈꾼 세상

작가가 직접 쓴 이번 전시의 노트입니다. 제목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빈 공간이 무엇인지를 밝힙니다.

Artist Note · 작가노트

비어 있음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품은

글 · 정호경

무하유향(無何有鄕)은 장자가 꿈꾸는 이상적 세상이다. 이는 만물이 본래 모습에 순응하여 무위의 도(道)가 이루어질 도래하는 세상이라고 했다. 그곳은 온갖 시비, 선악, 미추의 구분이 없는 모든 생명의 궁극적이고도 영원한 꿈이 실현되는 곳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이라고 하는 가상적인 우주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림의 절반을 차지하는 광활한 빈 공간은 단순한 바다나 하늘이 아니라 비어 있음으로써 모든 가능성을 품은 대허(大虛)이다. 우주의 흐름에 몸을 맡긴 듯 노니는 '빈 배(虛舟)'는 그 어떤 억압이나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무한 자유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자유의 주체이다. 행과 불행이 한몸이듯 완전한 자유는 철저히 혼자일 때 얻어지는 것이다.

화폭 아래로 쏟아지는 오색 찬란한 빛의 변주는 '무(無)'에서 '유(有)'가 탄생하는 태초의 역동성이며, 우리 내면에 잠재된 무한한 생명력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빈 배가 바람과 물결에 몸을 맡김으로써 완전한 자유를 얻듯이, 우주의 흐름을 타고 여여(如如)하게 세상을 노니는 것만큼 자유롭고 충만한 일이 또 있을까?

이 작품을 마주하는 이들이 잠시나마 세속의 무거운 닻을 거두고 절대적 고요와 해방감을 만끽하는 철학적 쉼터가 되길 바란다.

작가노트 · 정호경
짙푸른 밤하늘에 황금빛 오로라가 번지고, 아래쪽 흰 눈밭 가운데 아주 작은 배 한 척이 놓여 있다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빈 공간 — 대허(大虛)
작품같은 배, 다른 강 — 신작들

모두 같은 제목 「無何有의 빈 배」입니다. 밤과 새벽, 눈과 물, 붉은빛과 푸른빛 사이에서 배 한 척이 계속 자리를 옮깁니다.

푸른빛과 청록빛이 겹친 하늘, 흰 얼음벌판 위의 작은 배
흰 점들이 촘촘히 박힌 짙은 남빛 하늘과 노란 오로라, 옅은 회색 강가의 배
깊은 파랑 하늘 오른쪽 위로 번지는 황금빛, 아래 흰 눈밭에 놓인 작은 배
강렬한 파랑 위를 가로지르는 노랑·주황 띠, 회백색 강가에 떠 있는 배
넓게 펼쳐진 푸른 강, 왼쪽 위에서 쏟아지는 주황빛 선들과 황금빛 작은 배
달이 뜬 검푸른 밤하늘과 주황빛 오로라, 흰 띠 아래 푸른 물 위의 배

91×91cm 연작 · Acrylic on canvas · 2026

너른 푸른 강과 왼쪽 위 오로라, 물 위에 떠 있는 흰 배 한 척
푸른 화면에 분홍과 황금빛 줄기가 비스듬히 쏟아지고 아래쪽에 작은 배
짙은 파랑 강 위로 황금빛과 주황빛 빛줄기가 내리는 화면
푸른빛과 흰빛이 겹친 강가, 어두운 붓질이 하늘을 가로지른다
푸른 강 위에 흰빛 오로라가 퍼지는 화면
깊고 어두운 파랑이 화면을 채우고 희미한 빛이 위쪽에 번진다
어두운 남빛 하늘의 주황 오로라와 물에 비친 배의 반영
달이 뜬 검은 밤하늘, 주황빛 오로라 아래 흰 강가에 놓인 배

가로 연작 · Acrylic on canvas · 2026

전시 현장인사아트센터 5층, 빈 배가 닿은 강가

전시가 문을 연 뒤 경남갤러리에서 담아 온 현장 사진입니다. 인사동 거리의 안내판에서 시작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전시장까지, 관람객이 걷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 보았습니다.

인사아트센터 앞 전시 안내판. 맨 위 왼쪽에 정호경展 《무하유의 빈 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사동길에서인사아트센터 앞 안내판 맨 윗줄에 걸린 정호경展 현수막
인사아트센터 1층 로비 모니터에 '비워야,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 정호경展' 안내 화면이 떠 있다
1층 로비 안내 화면 — "비워야,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위 모니터에 5F 정호경展 안내와 빈 배 그림이 보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빈 배가 먼저 손님을 맞습니다 · 5F
5층 입구. 전시 제목 글씨와 대표작이 걸린 벽 앞에 축하 화환과 꽃바구니가 늘어서 있다
경남갤러리 로고 옆 흰 벽에 '무하유의 빈 배 정호경展 2026.10.7–10.12' 글씨와 대표작

5층 입구 · 축하 화환과 꽃이 가득한 첫 벽

흰 가벽에 이성석 평론 글이 적혀 있고, 그 너머로 관람객들이 푸른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다
전시장 첫 가벽에 새긴 이성석 평론 — "오래도록 우리 마음의 강 위에 머문다"
관람객들이 벽을 따라 걸린 푸른 밤의 강 연작을 바라보고 있다
창가 테이블 너머 코너 벽에 크고 작은 작품들이 이어진다
흰 소파가 놓인 전시실. 가로로 긴 대작과 정사각 작품들이 두 벽에 걸려 있다
달이 뜬 가로 대작을 중심으로 좌우에 정사각 작품들이 나란히 걸린 벽
가벽과 문 옆 벽면을 따라 크고 작은 작품들이 이어진다
가벽에 걸린 흑백 작품. 검은 하늘과 색색의 빗줄기 아래 흰 강가에 배 한 척, 그 너머로 넓은 전시장
조명 레일 아래 넓은 전시장 전경. 흰 벽을 따라 작품들이 걸려 있다
세로로 긴 캔버스 두 점, 무지개빛 빛줄기와 흰 강가 위의 작은 배

하얀 벽 위로 이어지는 밤의 강

전시장 한쪽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고, 뒤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전시장 한쪽, 그림 곁에서 차 한 잔 나누는 자리
작가정호경 (鄭昊燛, Jung Ho-Kyung)
선글라스를 끼고 돌담 앞에 선 작가 정호경의 흑백 사진

정호경

鄭昊燛 · Jung Ho-Kyung

경남 진주 출생. 영남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와 경상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1998년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래 이번이 열두 번째 개인전이다.

2024년에는 프랑스 노마드갤러리에서 「노르망디의 바람」을, 2025년에는 진주 현장 에이라운드 갤러리에서 「무하유향에서 노닐다」를 선보였다.

개인전

12회 — 2026 「무하유의 빈 배」(인사아트센타 경남갤러리, 서울) · 2025 「무하유향에서 노닐다」(현장 에이라운드 갤러리, 진주) · 2024 「노르망디의 바람」(노마드갤러리, 프랑스) · 2018 「바람의 길」(아트갤러리 연, 진주) · 1998 정호경전(경남문화예술회관, 진주) 외

아트페어

Louvre Art Shopping 展(France Paris, 2018) · 당대중한우수미술작품전(중국 북경 따산즈 798 문화예술중심, 2010) ·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9(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타) · 韓日 4人(日本 나고야 ノリタケの森 갤러리) · 七四會 4人전(日本 교토 JARFO Art Forum)

단체전

아시아현대미술전(도쿄도미술관, 2025) · 경남미술초대작가전(거창문화예술회관, 2025) · 2025 서울아트쇼(COEX) · 아시아태평양미술협회전(인사아트프라자, 2025) · 현대미술국제그랑드페스티벌(경남문화예술회관, 2024) · 경남중진작가전(인사아트센타 경남갤러리, 2020) · Site & Sight 수묵채색화전(경남도립미술관) 외 다수

수상

경상남도미술대전 대상(1991) ·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상(2019) · 국제앙드레말로협회 뉴프론티어상(2019) · 진주미술인상(2012) · 크레아트 일본전 오가키시장상(2011)

심사

대한민국미술대전 · 경남미술대전 · 환경미술대전 · 개천미술대상전(심사위원장) · 대한민국충효미술대전(심사위원장) · 대한민국등공모전(심사위원장)

그 외

Nomad Residency 수료(2024, France) · 한국저작권위원회 작품 기증 30점 · 해외 스케치 답사(히말라야, 실크로드, 차마고도, 알래스카, 라틴 아메리카 등) · 현 경남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 Group直 · 촉석회 · 아시아태평양미술협회 회원 · 진주남강유등축제 조형자문위원

🚣

전시는 10월 12일 월요일까지입니다.
인사동 나들이 길에 인사아트센터 5층으로 올라가
빈 배 한 척이 떠 있는 강가에 잠시 머물러 보세요.

작가에게 연락하기

작업실 · 경남 진주시 대곡면 소실길 220번길 20-1
Mobile · 010-5260-8421
E-mail · hokart@hanmail.net
Instagram · h.k.art.free · Facebook · Ho Kyeong Jung

자료 출처 — 정호경展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리플렛(경남갤러리 발행) 수록 이성석 미술평론가의 평론 「무하유(無何有)의 빈 배, 비움으로 건너는 자유의 강」 및 작가노트 · 작가 제공 작품 이미지 및 약력.

작품은 모두 2026년 신작이며, 별도 표기가 없는 경우 제목은 「無何有의 빈 배」입니다. 작품별 정확한 규격은 전시장에 비치된 리플렛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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